2023. 5. 7. 12:12ㆍ고전 핸드폰 게임
개인적으로 모바일게임에서 RPG라는 장르를 싫어하고 그 중에서도 특히 턴 방식의 RPG나 전략 RPG를 더욱이 싫어한다. RPG의 경우 시나리오는 전래동화만도 못한 구성력을 보여주는 것이 대부분이고 게임 진행 시간은 얼마 되지도 않는 시나리오 분량을 퀘스트를 통해 10배 가까이 뿔리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라고 지금까지 생각을 했었다. 허나 지금부터 살펴볼 아빌리온은 시나리오만큼은 충실하다. 퀘스트의 진행에 따라 NPC에게 대화를 걸면 그에 따라 대사가 변한다. 퀘스트 또한 몇몇 심부름식 서브퀘스트를 제외(별로 보상이 크지 않아 비중이 적다.)한다면 신선하고 괜찮은 방식의 퀘스트도 존재한다. 메인퀘스트의 위주의 게임진행만으로도 꽤 긴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즐겨본 아빌리온의 평가는 상당히 구리다는 것이다. 그 동안 시나리오 때문에 RPG를 꺼려했던 것이라 생각했던 본인에겐 마치 원숭이가 지구를 지배하는 듯한 충격이랄까. 턴제 RPG의 아빌리온, 일본에서 나름대로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 아빌리온, 시나리오가 빵빵한 아빌리온. 이 게임을 소개하는 데에는 다양한 수식어를 사용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수식어를 쓰고 싶다. 웰빙 수면제 ‘아빌리온’.(시력은 다소 나빠지겠지만) 지금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조금은 신선한 네트워크 방식.
아빌리온은 완벽한 풀네트워크도, 세미네트워크도 아니다. 여기서 풀네트워크란 간단히 말해 게임 내내 통화료가 빠지며 세미네트워크는 게임에 부가적으로 존재하는 네트워크 컨텐츠를 이용할 때만 통화료가 빠지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세미네트워크 방식이라 할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또 그것이 아니다. 바로 세미네트워크 방식과 싱글방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기 때문. 게임을 시작하는 동시에 유저는 가장 먼저 싱글모드와 멀티모드 중 선택을 해야 한다. 멀티모드의 경우에도 통화료의 부과가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부담스럽다면 싱글모드 선택을 하더라도 추후에 멀티모드로 전환이 가능하니 싱글모드로 선택해도 나쁘지 않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일본에서는 풀네트워크 방식으로 서비스되던 게임이라고 하던데 한국의 경우 요금제나 아직 풀네트워크 게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에 이러한 현지화는 유저로서 충분히 만족스러운 일임에 틀림없다.
멀티모드의 경우 실제 유저들의 캐릭터 정보를 불러와 파티를 맺을 수 있음은 물론 자신의 방에서 쪽지와 같은 메일링 커뮤니티 시스템을 즐길 수 있다. 이외에도 경매장이 존재하는데 사실 아이탬 자체의 희귀성이 불분명한 아빌리온에서 이러한 시스템은 있으나 마나…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뒤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싱글모드의 경우에도 멀티모드와 별 차이 없이 파티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게임 자체에 저장되어 있는 DB를 통해 자신에게 적절한 레벨대의 유저와 파티를 맺으면 되는 것. 오히려 싱글모드의 경우 다양한 직업과 레벨의 파티 캐릭터가 분포되어 있고 메일링 시스템 역시 풀네트워크가 아닌 세미네트워크이기에 크게 사용되지 않는 것임을 감안하면 굳이 멀티모드가 아니더라도 게임의 재미를 느끼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으리라 판단된다.
다만 멀티모드가 싱글모드보다 유일하게 나은 점이라면 ‘파티포인트’라는 개념이다. 자신이 남의 캐릭터 데이터를 가져와 게임을 진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빌리온을 멀티모드로 즐기는 다른 유저 역시 또 다른 유저의 캐릭터 정보를 가져와 자신의 파티로서 게임을 진행한다. 그때 만약 다른 유저가 자신의 캐릭터를 이용할 경우 이용한 정도에 따라 포인트가 쌓이게 되는데 이 포인트는 자신의 캐릭터 정보를 갱신하면 받을 수 있으며 경험치, 골드, 열혈도로 나뉘어 진다. 개인적으로는 지루한 게임 진행 패턴에 단비 같은 존재랄까? 다만 파티의 경우 싱글이나 멀티나 경험치가 상당히 적어지니 이 점을 유의하자.
게임하면 잠이 솔솔...
RPG를 풀어 해석하면 Role Playing Game이다. 말 그대로 서로의 역할을 찾아 진행하는 게임. 그 게임이 어떻게 판타지물로서 정착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RPG게임은 판타지의 세계관을 가지며 아빌리온도 예외는 아니다. 전사, 마법사, 격투가, 사제, 궁수. 아빌리온은 이 다섯가지 직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캐릭터를 생성함에 있어 별다른 코스츔 없이 캐릭터 명칭만 유저가 손을 볼 수 있으며 각 캐릭터는 직업마다 정해진 능력치를 지니고 있다.
사실 아쉬운 점은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자신의 캐릭터에서 내세울 점은 무엇인가? 도끼, 한손검, 창 등 장비 착용에 따른 코스츔도 없고 능력치 수치는 동일하다. 그렇다고 아이탬이 다양한 것도 아닌 각 레벨대 별로 동일한 능력치의 노말 아이탬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파티 시스템의 장점 중 하나인 유저 커뮤니케이션의 일부분을 스스로 막아버린 꼴이 된다.
이외에도 각 직업별 특색, 혹은 본인 캐릭터의 만족감을 느낄 수 없는 것이 각 직업별 스킬 이펙트가 상당히 빈곤하다는 점. 마법사는 그나마 좀 낫다 싶은 정도지만 마치 게임의 전체적인 디자인을 비롯, 스킬의 이펙트를 보자면 어렸을 적 만들어보겠다고 설치하고 끄적이던 RPG만들기 시리즈와 별다를 바가 없다고 할까.
유저는 스토리에 따라 게임을 진행하게 되는데 시나리오는 상당히 구성이 뛰어난 편에 속한다. 기존 국내 모바일 RPG에서는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대사는 NPC에게 말을 걸면 언제나 한결 같은 대답을 하던 것들과는 달리 신선한 재미를 부여한다.
반면에 스토리의 목적성은 다소 부실하다. 스토리는 챕터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첫 번째 챕터는 주인공이 아빌리온에 들어가는 것을 시작으로 하고 납치된 학생을 구하고 마족의 침공을 암시한다. 두번째 챕터는 물의 무녀로 다른 지역으로 워프를 해서 진행하게 되는데 이와 같이 게임의 목적이 딱히 분명하지 않다. 시나리오가 워낙 방대하다면 방대한 것이 이유겠지만 게임의 방식이 턴제임을 감안하면 지루하게 만드는 게임진행일 수밖에 없다. (다음 시나리오로 넘어갈 경우 추가다운로드가 필요하다.)
전투의 경우에는 앞서서 계속 언급했지만 턴제이다. SRPG에 비하면 그 지루함이 조금은 나은 편이지만(적어도 움직이는 귀찮음은 없으니까) 아빌리온은 이러한 전투에 대한 메리트가 전혀 없다. 레어아이탬의 존재는 아예 없으며 상점에서 파는 노말아이탬마저 극적인 확률로 드랍된다. 그저 드랍되는건 골드와 재료 아이탬뿐. 사실 장비 아이탬이 드랍된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긴 하다. 재료아이탬의 경우 일정 개수를 모아 NPC에게 가져가면 몇 십 골드를 주기에 극초반이 아니라면 그저 아이탬창을 낭비하는 존재일 뿐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것은 스킬이다. 스킬은 사냥을 해서 얻게 되는 열혈도라는 포인트로 배울 수 있다. 싱글모드라면 그 귀찮은 사냥을 일부러 해가면서까지 모아야 하는 반면 멀티모드는 알아서 자연스레 쌓이기 때문에 멀티모드를 적극 권장하는 바이다. 여하튼 이 스킬의 경우 액션을 하나하나 지정해줘야 하는 것도 인터페이스적으로 불편한 점이다. 이 부분은 아이탬 역시 전투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단축키 창에 지정해주어야 하는데 이왕 현지화로서 풀네트워크를 세미네트워크로 바꾼 것, 좀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파티 시스템은 신선했으나 게임 방식은 영….
자신이 남의 캐릭터를 빌려와 게임을 진행하는 대신 그에게 포인트를 지급하고 자신 역시 남에게 자신의 캐릭터를 빌려주는 대신 그에 따른 포인트를 제공받는다. 파티를 통해 얻는 포인트로 획득하는 경험치와 골드는 길가다가 돈을 주운 것 마냥 즐겁다.
다만 그 외의 게임의 구성은 터무니가 없다. 일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그나마 풀네트워크 게임이었다는 점이 아닐까. 전체적인 게임의 그래픽이나 시스템의 방식 역시 일본식 정통 RPG에서 봐왔던 것과 근접하다. 풀네트워크 원작 게임을 세미네트워크로 현지화하는 노력, 거기서 더 노력해서 게임의 일정 시스템을 유저가 즐거울 수 있도록 바꿀 수는 없었을까.
방대하지만 질질끄는 시나리오, 데미지만이 전부인 캐릭터의 성장성, RPG만들기 시리즈 급의 퀄리티를 보여주는 전투. 개인적으로 열심히 플레이해봤지만 아쉬움이 남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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